
"의자가 안 좋아서 허리가 아픈가 봐."
저도 한때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큰 마음먹고 유명 브랜드의 고가 의자를 샀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허리 통증은 여전했습니다. 비싼 의자가 제 척추를 마법처럼 펴줄 거라 기대했지만, 저는 그 좋은 의자 위에서도 구부정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현대인에게 의자는 침대 다음으로 중요한 가구입니다. 하지만 의자의 성능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앉느냐'입니다. 잘못된 자세로 앉아있는 1시간은 서서 막노동을 하는 1시간보다 허리에 더 큰 부담을 줍니다.
오늘은 비싼 의자를 새로 사는 대신, 지금 있는 의자에서 허리 통증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착석 노하우와 소품 활용법을 공유합니다.
1. 엉덩이는 '끝까지', 등은 '기대기'
가장 흔하면서도 최악의 습관은 엉덩이를 의자 앞쪽에 걸치고 등만 뒤로 기대는 자세입니다. 마치 사장님처럼 편해 보이지만, 이 자세는 허리 뒤쪽 공간을 텅 비게 만들어 요추(허리뼈)가 받아야 할 하중을 꼬리뼈와 등 근육이 대신 떠안게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골반이 뒤로 돌아가 일자 허리를 유발하는 주범이 됩니다.
올바른 자세의 제1원칙은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밀어 넣는 것'**입니다.
의자 등받이에 엉덩이가 닿을 때까지 바짝 당겨 앉으세요. 그리고 상체를 등받이에 편안하게 기대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려고(90도 직각) 힘을 주는데, 이는 기립근에 과도한 긴장을 줍니다. 오히려 등받이에 체중을 싣고 100~110도 정도로 살짝 뒤로 젖힌 자세가 척추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가장 많이 줄여줍니다.
2. 수건 하나로 만드는 'S자 곡선' (요추 지지대 활용)
우리 척추는 옆에서 봤을 때 완만한 S자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허리 부분은 앞으로 살짝 들어간 '요추 전만' 형태가 유지되어야 건강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자나 소파는 등이 푹 꺼지게 만들어져 있어, 앉는 순간 허리가 뒤로 굽는 C자 형태(새우등)가 되기 쉽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요추 지지대(Lumbar Support)'**입니다. 의자에 내장된 기능이 없다면, 굳이 비싼 쿠션을 살 필요 없이 집에 있는 **'수건'**을 활용해 보세요.
수건을 돌돌 말아서 허리 오목한 부분(벨트 라인보다 살짝 위)과 의자 등받이 사이에 끼워보세요. 꽉 끼는 느낌보다는 빈 공간을 채워준다는 느낌이 적당합니다. 이렇게 하면 허리에 힘을 주지 않아도 수건이 척추의 S자 곡선을 자연스럽게 받쳐줍니다. 저는 사무실과 운전석에 항상 얇은 쿠션을 비치해 두는데, 이 작은 쿠션 하나가 허리 통증을 막는 방패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3.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허리가 아프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것이 **'발의 위치'**입니다. 의자 높이가 너무 높아 발이 바닥에 닿지 않고 덜렁거리거나, 까치발을 해야 한다면 허리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체가 지지대 역할을 못 하면 상체 무게를 오롯이 허리가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높이는 엉덩이보다 무릎이 약간 높거나 수평이 되는 상태, 그리고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편안하게 닿는 상태입니다.
만약 의자가 너무 높다면 **'발 받침대'**를 사용해야 합니다. 시중 제품을 사도 좋지만, 안 쓰는 택배 박스나 두꺼운 책을 발아래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발바닥이 단단한 곳에 지지되면 골반이 안정되고, 자연스럽게 허리를 펴고 앉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4. 다리 꼬기의 유혹, 10분만 참아보자
다리를 꼬는 습관이 허리에 안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고치기가 힘듭니다. 한쪽 다리를 올리면 일시적으로 골반이 고정되어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골반을 비틀어 척추 측만증을 유발하는 지름길입니다.
정말 다리를 꼬고 싶다면, 차라리 **'발목을 교차'**하세요. 무릎을 꼬는 대신 발목만 살짝 겹쳐 놓는 것은 골반 비틀림을 최소화하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줍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양발을 나란히 두는 것입니다.
최고의 자세는 '자주 바꾸는 자세'
사실 어떤 완벽한 자세도 1시간 이상 유지하면 몸에 무리가 갑니다. 우리 몸은 움직이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정형외과 의사들이 말하는 최고의 자세는 **"다음 자세(The next posture)"**라는 말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자세를 바꿔주라는 뜻입니다.
50분 일했다면 5분은 반드시 일어나서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오세요. 굳어있던 디스크에 산소를 공급하는 유일한 방법은 움직임입니다. 오늘부터 엉덩이는 뒤로, 허리 뒤엔 쿠션을, 발은 바닥에. 이 3가지만 기억해도 퇴근길 허리가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참고: 이 글은 생활 속 자세 교정 팁을 담고 있으며, 다리 저림이 동반되거나 허리를 숙일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지속된다면 허리 디스크 등의 질환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료를 권장합니다.)
[핵심 요약]
- 착석법: 엉덩이를 등받이 끝까지 밀어 넣고, 100~110도 각도로 기대어 체중을 분산시킨다.
- 소품 활용: 말아 놓은 수건이나 쿠션을 허리 오목한 곳에 받쳐 S자 곡선(요추 전만)을 유지한다.
- 하체 지지: 발바닥이 땅에 닿지 않으면 허리에 무리가 가므로, 발 받침대나 박스를 활용해 높이를 맞춘다.